책소개
그래서 응용문제에 막힌 수험생처럼 물어보고 싶다.
사건의 내막이 드러나는 순간, 나는, 아니, 내 가족과 친구, 동료부터 주변인들까지, 당신들은 과연 이 진실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라고….
-본문 중에서-
2023년 9월 1일, 스카이마린의 첫 장편소설 미스터리 시리즈 8 첫 번째 이야기 <원룸>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독자들이 종교처럼 믿어 온 보편적 상식이 만들어 낸 착각과 착시를 깨부수며 새로운 미스터리의 세계를 선사할 것이다.
왜 ‘미스터리 시리즈 8’인가?
미스터리는 설명할 수 없는 비밀, 신비, 수수께끼, 괴기스럽고 불가사의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스터리를 이용한 창작물을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한다. ‘미스터리 시리즈 8’은 추리 소설이 아닌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렇다면 왜 ‘미스터리 시리즈 8’일까? 각 숫자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8’은 컴퓨터에서 1byte는 8bit를 말하고, 불교에서는 8고(八苦) 8정도(八正道), 기독교에서는 재생 부활, 힌두교에서는 하늘의 질서를 상징하고, 8을 90도로 돌리면 무한대(∞) 기호이자 뫼비우스 띠와 닮았다. 그렇다면, ‘미스터리 시리즈 8’인 이유가 여덟 가지 이야기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아니 클라인의 병처럼 4차원으로 무한히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책의 첫 장에 나오는 “중첩, 동시성, 또한 영속”에 대해 살펴보자.
중첩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고실험인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보면, 상자 안에 고양이가 있고 이 상자 안에는 방사성물질과 독가스가 연결된 통이 있다. 실험을 시작할 때 1시간 안에 방사성물질이 붕괴할 확률을 50%로 설정한다. 만약 방사성물질이 붕괴하면 독가스가 분출되어 고양이가 죽는다. 1시간 뒤 이 상자의 뚜껑을 열기 전에는 고양이가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인 중첩 상태로 존재하고, 뚜껑을 열어 관측하는 순간 하나의 상태로 확정된다. 미국의 양자물리학자 휴 에버렛 3세는 상자의 뚜껑을 열어 보기 전에는 고양이가 살아 있는 세계와 죽어있는 세계가 모두 존재하며 관측하는 순간 어느 한쪽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는 ‘다세계 해석’을 주장한다.
동시성
1900년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가 처음 발표한, 특수 상대성 이론의 핵심 중 하나인 ‘동시성의 상대성’은, ‘동시성’이란 것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관찰자에 따라 변한다는 개념이다. 철수가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본 A, B 2개의 사건이, 영철이가 보기에는 B 사건이 먼저 일어나고 뒤이어 A 사건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1920년 스위스의 심리학자 구스타프 칼 융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어 보이는 두 가지 이상의 사건이 하나의 의미 있는 일치를 보이는 개념을 ‘동시성’이라 한다. 예를 들어,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김치를 먹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때마침 김치를 담궈 택배를 붙였다는 어머니의 전화가 올 때라든지. 양자역학에서 동시성은 양자 얽힘 현상과 관련이 있는데, 두 얽힌 입자가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입자의 상태가 결정되면 다른 입자의 상태도 즉시 결정되는 현상을 말한다.
영속
영속은 영원히 계속하다 라는 뜻인데,<원룸>속 이야기가 영원히 계속된다…?
“그리고 침실 입구 벽에는 이 집 전 세입자가 깜빡하고 간, 1944년 피카소 작作, ‘파란 모자를 쓴 여인의 상반신’이 걸려 있었다.
잠시지만, 그림 속, 그로테스크하게 일그러진 눈알 하나가 방금 침실을 보며 움직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끔찍한 일을 겪었던 대가로 악몽 같은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던 시헌에게 봄처럼 다가온 은정이다. 흉측하기만 해서 누구에게도 내보일 수 없었던 상처를 별것 아닌 평범한 상처로 만들어 버린 마법 같은 ‘그녀’. 대학교 CC를 거쳐 같은 회사 사내 커플로 7년간의 연애 끝에 프러포즈했지만, 거절하고 싱가포르로 떠나버린 은정이었다. 그런 은정이 3년 만에 시헌 앞에 나타났다. 시헌이 사는 원룸 802호의 옆집인 801호로.
“그리고 이번 사건… 참 묘한 구석이 있다.
조사를 거듭할수록 성과가 나타나는 기존의 수사들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장막이 생겨나며 의도적으로 정체를 가리는 느낌이다.
마치 낮게 깔린 층운(層雲) 속에 들어온 것 같달까?”
상큼한 미소를 가진 소윤은 대학생 현장실습 프로그램으로 8주간 대아조선해양의 환경보호안전팀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얼마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소윤은 사내에서 인기가 많은, 같은 대학 선배인 시헌에게 인턴십 과정이 끝나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갔더니 도둑이 들어 책상, 서랍, 옷장이고 싱크대까지 죄다 뒤집어 놓아 난장판이 되어 버려 혼란에 빠진다.
“일만 년 전에 멸종된 맘모스의 퇴적물을 함께 보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가끔은 나조차도 실제 있었던 일인지 의심하는 그날이 한편의 ‘잔혹한 동화’처럼 몽환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서?
당시의 악몽을 사실로 ‘인증’받고 싶은 마음과 물감을 마구 휘저어 누구도 단정할 수 없게 모호한 색깔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환상’.
그 두 개의 세상에 교묘히 자리 잡은 이중성.”
시헌이 사는 원룸 근처 골목길에서 일어난 10대 여학생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 발생 2주가 지나도록 경찰은 아무런 단서도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 서울에서 예고를 다니느라 언니 집에서 통학하던 피해자의 형부가 되는 경영지원팀의 이원효 과장이 회사도 빠지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경찰서를 찾아가며 수사에 매달려 처제를 죽인 범인을 잡으려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살인 사건의 의심 가는 증거물을 가지고 있어요.’라며 걸려 온 제보 전화 한 통으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이렇게 미스터리 시리즈 8 첫 번째 이야기 <원룸>은 독자들에게 미스터리 세계로의 초대장을 던져준다. 날 것 그대로 거침없으면서 군더더기 없는 문장, 등장인물에 따라 자유자재로 바뀌는 시점 등 작가 특유의 문체가 돋보이며, 빠른 전개 속도에 더해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두 번째 이야기를 찾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본문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지만, 과학이나 SF소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전역학, 특수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의 이론들이 이야기 속에 어떻게 녹아 들어 있는지 천천히 헤쳐 나가며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미스터리를 즐기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깊은 사유와 통찰을 제공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작가 소개
미스터리시리즈8 첫 번째 이야기 〈원룸〉 완결 후, 두 번째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정육점〉을 집필 중이다.